[오피니언 칼럼] 시각장애인의 삶
- 작성자 밝은안과21병원
- 조회 134 회
- 작성일 2026-04-10 09:21
[오피니언 칼럼] 시각장애인의 삶
무등일보 보도
나는 안과 의사로서 눈이 불편하거나 백내장 등 시력 장애를 유발하는 질환을 치료하고 환자들이 시력을 회복할 때 큰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 그래서 스스로 안과 의사를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고 여러 번 되새기곤 한다.
진료를 보다 보면 시력 저하를 가진 환자에게는 치료뿐만 아니라 따뜻한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안과 의사는 단순히 눈을 치료하는 것뿐만 아니라 환자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위로와 지지를 함께 전해야 한다.
진료실에는 하루에 2~3명의 시각장애인 환자들이 방문한다. 이동에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병원 방문 자체가 쉽지 않다. 대개 2~3명의 보호자가 동행하며, 접수, 검사 등에 이르는 전반적인 진료 과정에 상당한 시간과 수고가 필요하다.
시각장애라고 해서 모두 시력을 완전히 잃은 전맹은 아니다. 시각장애는 시력과 시야에 따라 등급으로 구분되는데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1~3급)의 경우 1급은 좋은 눈의 시력이 0.02 이하, 2급은 좋은 눈의 시력이 0.04 이하, 3급 1호는 좋은 눈의 시력이 0.06 이하, 3급 2호는 두 눈의 시야가 각각 모든 방향에서 5도 이하로 남은 사람을 말한다.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4~6급) 중 4급 1호는 좋은 눈의 시력이 0.1이하, 4급 2호는 두 눈의 시야가 모든 방향에서 10도 이하로 남은 사람, 5급 1호는 좋은 눈 시력이 0.2 이하, 5급 2호는 두 눈의 시야각도의 합계가 정상 시야의 50% 이상 감소한 사람, 6급은 나쁜 눈의 시력이 0.02 이하인 사람을 말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등록장애인은 2,631,356명이며, 그중 시각장애인은 246,182명으로 9.4%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들은 일상생활과 생계를 동시에 유지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남모를 고충을 견뎌내고 있다.
진료를 하다 보면 그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접하게 된다. 시각장애인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많은 불편함을 겪는다. 시야가 제한되어 있어 익숙한 집안에서도 쉽게 다칠 수 있거나 작은 일상 활동을 하는 데도 비장애인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것을 알았다. 농사 등 야외 활동을 하더라도 일부 시각장애인의 경우 강한 햇빛으로 인한 눈부심 때문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한다.
환자들이 내게 ‘어떻게 치료가 안 되나요?’, ‘잘 보이게 해 주세요’라고 물을 때면 무력감과 난감함을 느낀다. 현재 의학으로 시력을 회복시키기 어려운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순한 사실만을 직설적으로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냉정한 사실보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이다. 환자가 겪고 있을 상실감에 충분히 공감하고 좌절하지 않도록 배려하며, 일상에 잘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위로와 용기를 전해야 한다.
시력과 청력을 모두 잃어 절망적인 상황에 놓였던 헬렌 켈러는 여러 난관을 이겨내고 전 세계 장애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보여준 위대한 인물이다. 또 스티비 원더는 망막질환으로 시력을 잃었지만 뛰어난 청각과 음악적 재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그들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갔다.
따라서 시력장애를 가진 환자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안과 의사는 눈을 치료하는 사람을 넘어 환자가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나는 진료실에 찾아오는 시력장애인 환자들의 두 손을 꼭 잡아주며, 언제든 마음 편히 속이야기를 해도 된다고 말씀드린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것은 보이거나 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오직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것이다”라는 헬렌 켈러의 말처럼 시각 장애가 있다고 해서 삶의 가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환자들의 삶 자체가 얼마나 위대하고 소중한 것인지 꼭 전하고 싶고 앞으로도 계속 전할 것이다.
[밝은안과21병원 주종대 원장]
- 이전글밝은안과21병원, 차세대 인공수정체 국내 첫 도입2026-04-13
- 다음글“안압 괜찮아” 방심하면 안돼…조기발견이 실명 막는다2026-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