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칼럼] 감성(感性)
- 작성자 밝은안과21병원
- 조회 125 회
- 작성일 2026-06-26 09:52
감성(感性)
무등일보 보도
의대생 시절, 심리학을 1년 동안 배운 적이 있다. 심리학은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그것이 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심리학은 그 범위와 세부 전공이 워낙 넓고 세분화되어 있어서 1년 만에 모든 것을 다 배울 수는 없었지만 대략적인 윤곽과 기본 개념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당시 내게 많은 흥미를 불러일으킨 것은 감성과 이성의 차이다. 감성적인 사람과 이성적인 사람, 이 상반된 정신세계를 가진 사람들이 유전 형질에 따라 어떻게 성격이 형성되는지, 그들의 성장 과정과 행동 양식이 어떻게 다른지 깊게 주목했다.
감성이란 외부 변화에 반응하며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해 일어나는 느끼는 기분이나 감정을 말한다. 감성은 사람의 마음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반면, 이성은 감정에 종속되지 않고 옳고 그름을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 판단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사람인가? 감성적인 사람인가, 아니면 이성적인 사람인가?
나는 즉흥적이고 무계획적이며,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감정이나 생각을 곧바로 행동에 옮기는 감성적인 사람이다. 순간마다 느끼는 기분이나 상대방의 감정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원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맞닥뜨리는 등의 숱한 시행착오와 실패를 반복했다.
만약 내 유전자가 이성적인 판단을 중시하는 형질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혹은 청소년 시절부터 부단한 독서로 지적 능력을 키워 이성적인 사람으로 바뀌었다면 말이다. 그럼 나는 판단과 결정을 내릴 때 훨씬 신중히 했을 것이고 논리적으로 납득이 되었을 때에만 행동으로 옮겼을 것이다. 그랬다면 목표에 도달했을 때 성취감도 더 높고 한층 더 깊이 있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비교해 보면 이성이 감성보다 더 높은 정신세계인 것처럼 보여 이성이 우위에 있을 것이라고 여겨지기 쉽다. 그러나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이성만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AI 세계로 가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이성은 머리에서 펼쳐지는 사고라면 감성은 가슴에서 올라오는 충동이다.
나는 감성 우선론자이다. 느끼고, 바라보고, 만져보며 이 모든 감각 기관을 통해 호기심, 사랑 등의 감정을 가슴에 축적하고 폭발시키는 과정을 반복한다. 희열, 분노, 경이, 통곡, 아픔 같은 감정의 기복들이 내면의 의식 세계에서 끊임없이 충돌하고 갈등의 소용돌이를 일으키지만 시간이 흐르면 결국 이 모든 것이 아름다운 기억으로 짜이는 것이다. 이 수많은 감정의 기억들이 우리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가.
4~6세 이전의 어린 시절, 부모님들이 밤마다 들려주시던 동화 이야기는 아이들의 가슴속에 깊은 감성적 충격으로 자리 잡는다. 덴마크의 유명 동화 작가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을 생각해 보자. 내가 어린 시절에 읽은 그의 동화 <성냥팔이 소녀>가 준 눈물, 동정, 슬픔, 가난의 감정이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내 가슴을 적신다.
12월 31일 새해 전날, 몹시도 추운 겨울밤에 신발도 신지 않고 코트도 입지 않은 작은 소녀가 거리에서 성냥을 팔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 남루한 소녀를 외면한 채 지나가고, 추위에 지친 소녀는 성냥을 하나씩 켠다. 성냥불이 타오를 때마다 따뜻한 난로, 근사한 식사, 크리스마스트리가 환상처럼 나타난다. 마지막 성냥을 켰을 때 돌아가신 할머니가 나타났다. 행여나 할머니가 사라질까 봐 가지고 있던 모든 성냥의 불을 붙였고, 할머니는 소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다음 날 다 타버린 성냥 더미 속에서 행복한 미소를 띤 채 얼어 죽은 소녀가 발견된다는 너무도 슬픈 동화다.
나는 지금도 어릴 적 다가왔던 <성냥팔이 소녀>의 울림을 여전히 내 마음속에 각인한 채 살아왔다. 비록 결말은 비극이었지만,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며 느꼈던 슬픔은 내 삶의 한편에서 따뜻한 온기가 되었다. 이렇듯 앞으로도 기쁨, 슬픔, 다양한 감정을 내면에 가득 채워 이 세상을 아름답게 빛내고자 한다. 나를 만나는 이들에게 다정한 눈빛, 따뜻한 말, 그리고 진심 어린 행동으로 말이다.
[밝은안과21병원 주종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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